완주에서 _ 김소연

연서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곳 완주에서 자연스레 베오는 뭉근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써놓은 글을 묶는다는 것은 새롭지도 않고 굉장히 오래된 생각이었지만, 연서라니. 그러니까 이 글은 앞으로의 작업에서 에세이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글, 완주의 삶들에게 보내는 글, 무엇보다 나와 당신과 우리가 있는 ‘자리’에 보내는 연서다.

완주에 와 삶의 태도와 지혜를 전수받고 있다. 그리고 막연히 생각해왔던 삶을 사랑하는 형태에 대해 그려보게 된다. 수집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한 가지를 풀어보려 한다. 청개구리님의 이야기. 청개구리님은 잉여인력사무소에 들어온 의뢰를 수행하며 모르는 할머님을 병원까지 모셔야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택시 태워드리면 금방이야. 더 빠르게 병원까지 갈 수 있지. 하지만 돈 쥐어드리고 택시만 태워 보내는 것보다 아픈 몸을 일으켜 낯선 곳을 헤매야 하고, 병원에서 알 수 없을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것이 그냥 싫었어. 끝까지 동행했다고.

나는 가는 길을 떠올려 그린다. 길 위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서로에 대한 마음이 느껴져 귀엽고 애틋하다. 이윽고 백석의 시에서처럼 방긋이 웃음을 띈 의원, 그게 완주에서 만난 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삶을 사랑하는 존재들을 사랑하게 된다.

해와 달이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면, 안수산 라인을 따라 흐르는 빛을 더듬는다. 개구리와 제비와 참깨와 벼와 사람들이 각자의 리듬대로 살아간다. 그 시간들이 만났다가 멀어지며 시간의 궤적을 그리며 지속된다. 어르신들은 농작물의 시간을,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의 시간을 모두 정직하게 땀흘려 일하고 각자의 시간을 다른 곳과 연결시킨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요?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던진다. 이곳 완주에서 당신을 만나며 미래를 감각한다. 이제 여기서 서로가 서로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된다. 나도 당신의 곁에 선다.

나의 반복은 사랑이어서 ⋯⋯ (계속)

 

2024.05.29.수요일 / 김소연